근래 본 뉴스 중 하나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80대 모친을 멱살 잡고 폭행한 50대 아들의 이야기였다. 잔소리하고 술값을 안 줬다는 이유로, 자신을 낳아 기르신 어머니에게 손을 댄 것이다. Mk경제 보도에 따르면 그는 결국 경찰에 붙잡혔다. 이런 사건을 볼 때면 드는 생각이 있다. 우리 사회에서 가족 간 폭력은 왜 끊이지 않는가.

1. 가족 폭력의 구조적 원인
가족은 사랑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장 은밀한 폭력이 일어나는 곳이다. 사회학자들은 가족 폭력의 원인을 여러 측면에서 분석한다. 우울증이나 알코올 중독 같은 개인적 요인, 경제적 스트레스, 그리고 무엇보다 ‘가정 내 일은 가족끼리 해결해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이 문제를 키운다. 피해자는 신고해도 ‘가정사’로 치부될까 두려워하고, 가해자는 사회적 낙인을 덜 의식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폭력은 반복된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통계에 따르면, 가정폭력 피해자 중 70% 이상이 처음에는 신고를 주저한다고 한다. 이는 ‘가정의 일을 밖으로 드러내면 가족이 망가진다’는 인식 때문이다. 실제로 필자가 상담 사례를 접한 경험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들은 ‘자식이 잘못한 것’이라며 스스로를 자책하는 경우가 많다. 한 70대 할머니는 아들에게 맞았지만 ‘아들이 스트레스가 많아서 그런 것’이라며 신고를 거부했다. 결국 폭력은 더 심해져서 병원에 실려 갔다. 이처럼 가족 폭력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인식과 구조가 만들어내는 복합적인 현상이다.
2. 노인 학대의 심각성
이번 사건의 피해자는 80대 고령이다. 노인 학대는 특히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피해자 스스로 신고하기 어렵고, 주변에서도 ‘효도하지 않는 자식’ 정도로만 여길 뿐 범죄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보건복지부 노인학대 현황에 따르면 노인 학대 신고 건수는 매년 증가 추세지만, 여전히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있다. 우리 사회의 고령화 속도에 비해 보호 체계는 터무니없이 느리게 따라오고 있다.
2023년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노인 학대 신고 건수는 1만 5천여 건에 달했지만, 실제 발생 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학대 행위자는 아들인 경우가 40%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배우자와 딸 순이었다. 유형별로는 정서적 학대가 가장 흔했지만, 신체적 학대도 상당 비중을 차지했다. 필자가 아는 지인의 사례를 들어보면, 90세 노모를 돌보는 60대 아들은 ‘스트레스 때문에’ 어머니에게 욕설을 퍼붓고 밀치는 일이 잦았다. 결국 이웃의 신고로 드러났지만, 그전까지는 아무도 몰랐다. 노인 학대는 가정 내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발견이 어렵고, 피해자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기도 힘들다.
3. 가해자의 심리와 사회적 고립
가족 폭력 가해자는 대개 분노 조절에 어려움을 겪거나, 사회적으로 고립된 경우가 많다. 이번 사건의 50대 아들 역시 경제적 어려움과 알코올 의존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필자가 관련 상담사로부터 들은 바에 따르면, 가해자들은 종종 ‘내가 피해자’라는 인식을 갖고 있어 반성보다는 정당화에 급급하다. ‘어머니가 계속 잔소리해서 그랬다’는 변명이 대표적이다.
사회적 고립은 폭력의 악순환을 부추긴다. 가해자가 친구나 이웃과의 관계가 단절되면, 유일한 사회적 접촉인 가족에게 감정을 쏟아내고, 그것이 폭력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가정폭력 가해자의 60% 이상이 ‘주변에 의지할 사람이 없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고립은 가해자뿐 아니라 피해자에게도 해당된다. 피해자는 창피함과 두려움 때문에 외부와의 접촉을 줄이고, 더욱 취약해진다.
4. 법적 대응의 현실
이런 사건에서 가해자는 보통 폭행죄로 처벌받지만, 피해자와의 관계 때문에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근 법원은 가족 간 폭력도 엄격히 판단하는 추세다. 피해자가 원하지 않더라도 가해자를 격리하는 접근 금지 명령이나 보호 관찰이 내려지기도 한다. 만약 비슷한 상황에서 법적 조언이 필요하다면 형사변호사 상담을 통해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알아보는 것이 좋다. 초기 대응이 사건의 향방을 크게 좌우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23년 대법원 판례에서는 아들이 노모를 폭행한 사건에 대해 ‘가정 내 폭력이라도 중대한 경우에는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며 징역 1년을 확정했다. 이는 과거에 비해 법원의 인식이 변화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건이 피해자의 ‘처벌 불원’ 의사로 인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 피해자는 가해자가 가족이라는 이유로, 또는 경제적 의존 때문에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법적 시스템은 이러한 피해자의 이중적 상황을 고려해야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5. 예방과 사회적 인식 개선
근본적인 해결은 예방에 있다. 가족 폭력은 가해자의 분노 조절 문제,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고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따라서 지역 사회 내 상담 서비스, 노인 돌봄 지원, 가족 간 갈등 중재 프로그램이 확대되어야 한다. 또한 우리 모두 ‘가정 내 폭력은 범죄’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이웃집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리면, ‘가정사’라며 외면하지 말고 신고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가정폭력 방지법’ 시행 이후 신고 건수가 급증했고, 이에 따라 예방 프로그램도 확대되었다. 한국도 2021년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어 피해자 보호가 강화되었지만, 여전히 현장에서의 적용은 미흡하다. 필자가 방문한 한 지역 경찰서에서는 ‘가정폭력 신고가 들어와도,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개입하기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따라서 시민들의 인식 전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 모두가 ‘가족 폭력은 범죄’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피해자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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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울타리는 때로 사랑의 보금자리이지만, 동시에 폭력이 숨는 그늘일 수도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가족 폭력의 실태를 직시하고, 피해자가 두려움 없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으면 한다. 작은 관심이 누군가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잃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