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자정이 넘어서까지 블로그 정리를 하다가 문득 든 생각이다. 대한지방흡입이라는 키워드로 꾸준히 글을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역 소멸과 인구 유출 문제를 자주 접하게 된다. 그런데 최근 통계를 보니 지방 광역시조차 인구 감소세가 뚜렷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비수도권 인구는 전년 대비 0.4% 줄었고, 특히 20~30대 청년층의 이탈이 심각하다. 실제로 부산의 경우 2023년 한 해 동안 2만 명 이상이 순유출되었고, 대구도 비슷한 수준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지역이 살아남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단순히 일자리 창출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내 결론이다.
지방 도시의 가장 큰 고민은 인구 유출이다. 젊은이들은 더 나은 교육, 더 다양한 직업, 더 풍부한 문화를 찾아 서울로 떠난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최근 몇 년 사이 ‘로컬 크리에이터’라는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각 지역의 고유한 자원과 문화를 기반으로 한 창업이나 콘텐츠 제작이 새로운 활력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부산의 영도에서는 폐가를 개조한 카페와 공방이 늘어나면서 MZ세대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영도구청에 따르면 2022년 이후 영도에 새로 생긴 카페 중 70%가 30대 이하 창업자에 의한 것이며, 이들 중 상당수는 지역의 해양 문화와 산업 유산을 콘셉트로 삼았다. 전주의 한옥마을에서도 지역성을 살린 공방과 전통 찻집이 젊은 관광객과 정착민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런 사례를 보면 문화가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라 지역 정체성과 연결된다는 걸 실감한다.
사실 나도 지방 광역시에서 전문직을 하면서 비슷한 고민을 한다. 일 때문에 대한지방흡입 관련 자료를 찾다 보면 자연스럽게 지역 경제와 문화의 연관성을 생각하게 된다. 내가 사는 도시도 대기업 공장이 많고 전통적으로 제조업 비중이 높았지만, 요즘은 젊은 층이 빠져나가면서 상권이 쇠퇴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도시 재생 사업과 함께 문화 공간이 늘어나는 걸 보면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예를 들어 우리 동네 옛 방직 공장 부지가 복합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했는데, 그곳에서 열린 첫 번째 전시회에 갔을 때 느꼈던 기대감이 아직도 생생하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분명히 문화가 지역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느낀다.
지역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연구도 많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의 문화 인프라와 청년 인구 유입 사이에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한다. 즉, 공연장, 미술관, 북카페, 독립 서점 등이 많을수록 젊은이들이 그 지역에 정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건 당연한 결과다. 2030세대는 단순히 먹고사는 문제만으로 지역을 선택하지 않는다. 그들이 원하는 건 일과 삶의 균형, 그리고 문화적 충족감이다. 실제로 통계청의 2023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20대 응답자의 45%가 거주지 선택 시 문화·여가 시설을 핵심 고려 사항으로 꼽았다. 이는 소득 수준이나 주거 비용보다 높은 비율이다.
문화가 지역을 살리는 또 다른 사례로는 일본의 가마쿠라를 들 수 있다. 가마쿠라는 도쿄에서 가까운 역사 도시지만, 젊은 예술가와 크리에이터들이 모여들면서 독특한 문화 생태계를 형성했다. 이곳에서는 지역의 전통 공예와 현대 디자인이 결합한 상품들이 인기를 끌고, 관광객뿐만 아니라 정착 인구도 늘었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가마쿠라는 인구 17만 명의 작은 도시지만, 연간 20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방문한다. 물론 관광만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지만, 문화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모델로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가마쿠라에서는 지역 주민이 운영하는 소규모 갤러리와 공방이 100개 이상 있으며, 이들이 도시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내가 관심 있는 대한지방흡입 분야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있다. 지역 소멸 위기에 처한 지자체들이 문화 콘텐츠를 활용한 도시 재생 전략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예를 들어 강원도 원주는 폐공장을 활용한 문화 복합 공간을 조성하고, 지역 작가들의 작업실을 지원하면서 예술인 유입에 성공했다. 원주시 자료에 따르면, 이러한 사업 이후 3년 동안 30대 이하 인구가 5% 증가했으며, 특히 문화 예술 분야 종사자가 두 배로 늘었다. 이런 사례들을 분석하다 보면, 문화는 단순한 부가가치가 아니라 지역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외부인을 끌어들이는 핵심 자원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방 도시의 문화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고, 기존의 관 주도 사업은 지속 가능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건 민간의 자발적 참여와 지역 주민의 주체적 역할이다. 예를 들어 대구의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이나 부산의 감천 문화 마을처럼 주민과 예술가가 협력한 사례는 롤모델이 될 만하다. 이런 프로젝트는 단기적인 관광 효과를 넘어 지역 공동체의 자부심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인구 유출을 막는 완충 역할을 한다. 실제로 감천 문화 마을의 경우, 주민 협의회가 자발적으로 운영에 참여하며 관광 수익의 일부를 마을 기금으로 적립하여 공공시설을 개선하고 있다.
사실 나도 최근에 지역 독립 서점에서 열린 북 토크에 참석한 적이 있다. 평소에는 집 근처 대형 서점만 이용하다가 우연히 알게 된 작은 서점이었는데,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서점 주인은 지역에서 10년 넘게 책방을 운영하면서 지역 작가를 발굴하고, 주민 모임을 열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 어떤 참가자가 “이런 공간이 있어서 이 동네를 떠나지 못하겠다”고 말하는 걸 듣고, 문화 공간이 단순한 편의 시설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걸 실감했다. 그날 밤, 서점을 나서며 내가 사는 동네에도 이런 공간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화가 지역에 미치는 영향은 경제적 측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겨레의 관련 기사에 따르면, 문화 시설이 밀집된 지역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주변보다 평균 10~15% 높게 형성된다. 이는 문화가 단순한 정주 여건을 넘어 지역 경제의 선순환을 촉진한다는 증거다. 또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2022년 조사에 따르면, 지역 문화 축제에 참여한 관광객의 60% 이상이 축제 외에도 지역 내 다른 문화 시설을 방문하며, 평균 체류 시간이 1.5일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문화가 관광 수입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직접적인 기여를 한다는 뜻이다.
물론 문화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일자리와 교육, 의료 등 기본적인 인프라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하지만 문화가 없으면 그 어떤 인프라도 사람을 오래 붙잡지 못한다. 특히 젊은 세대는 ‘살 만한 도시’의 기준이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다. 2030세대가 거주지 선택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 중 하나가 문화·여가 시설이라는 연구 결과는 이미 여러 차례 발표되었다. 결국 문화는 지역 경쟁력의 핵심인 셈이다.
지역 소멸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처럼 보이지만, 작은 변화들이 모이면 큰 흐름을 바꿀 수도 있다. 내가 사는 동네만 해도 5년 전과 비교하면 카페와 작은 갤러리가 부쩍 늘었다. 아직 대단한 변화는 아니지만, 적어도 젊은이들이 ‘여기서 뭘 할 수 있지?’라는 질문을 던질 여지는 생겼다. 대한지방흡입이라는 키워드를 좀 더 넓게 해석하면, 지역이 흡수해야 할 것은 인구가 아니라 문화적 다양성과 창의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중요한 건 지역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물론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일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지역 곳곳에서 문화를 기반으로 한 작은 실험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희망적이다. 나도 앞으로 이 블로그에서 지역 문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계속 정리해보려 한다. 아마도 대한지방흡입이라는 주제와 연결 지으면서, 우리 동네와 같은 지방 도시들이 나아갈 방향을 조금씩 그려볼 수 있을 것 같다.